어린이 공원에 그늘 가득한 곳이 드물다. 새로 조성된 곳이거나 오래된 곳이라도 그네나 미끄럼틀은 거의 햇볕에 노출되어 있다. 여름 햇볕에 바짝 달구어진 미끄럼틀은 반바지를 입고 노는 아이들을 화들짝 놀라게도 만든다. 그런데 향기 어린이 공원은 큰 나무들이 펼쳐주는 그늘이 가득해서 향기로웠다. 바람의 향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놔두고 놀이터 한 쪽에 있는 너럭바위를 오르내리며 놀았는데, 자연을 놀이터 삼을 수 있는 환경이 향기 어린이 공원의 장점이기도 하다. 향기 어린이 공원은 놀이시설과 팔각정, 그리고 화장실까지 딸린 훌륭한 공원이다. 할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오셔서 은박 돗자리를 깔고 앉아 쉬고 계셨는데, 참 한가롭고 좋아 보였다.

놀이 시설도 깨끗했다. 그리고 스테인레스를 재질로 한 놀이시설은 따로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도 되므로 아이들이 중금속에 노출될 위험이 적어 보였다. 그러나 나무로 된 시설물은 역시 황토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는데, 원목 그대로 사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방수성 페인트를 사용하면 목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목재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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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공원을 밝혀줄 전등이 깨지고 없는 자리에 그냥 전선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아름다운 조경을 위해 전등을 낮은 기둥에 설치 한 것 같다. 그러나 유리등은 몇 개나 깨져 없어진 상태고 전선들만 위험하게 나와 있었다. 누전이라도 되면 감전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들은 놀이시설의 이용 주체가 어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 첫째도 둘째도 안전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반면 놀이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공공시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님들의 몫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좀더 안전한 공간에서 좀더 아름다운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놀이공원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하나 특이한 것은 이 공원이 놀이터와 바로 연결되는 동아 에코빌 아파트에서 건립기부 한 것이라는 것이다. 아파트와 놀이터 사이에도 벤치가 놓인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는데, 이것 또한 동아 아파트에서 조성한 것이라 한다. 기업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예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런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아직도 달동네라 이름되는 곳에서 놀이터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소통의 끈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놀이터는 동아 에코빌 아파트 후문과 월곡 초등학교 사이에 있다. 학교 정문 오른편으로 애개능터 가는 길이 있고 그 길옆이 향기 어린이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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