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마지막일거라고 무엇이건 쉬이 여기려 할 때 이런 경구를 많이 이용한다. 내일이면 망해 없어질 곳에 무엇 하러 사과나무를 심느냐는 반박보다는 '그래 맞아 ,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지.'하며 동의를 표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심정으로 재개발 지역 어린이 놀이터를 보아야 할 것이다. 몇 년 후면 재개발 할 것이고, 그러면 그 때 가서 최신의 어린이 놀이터를 이곳에 만들겠다는 생각 말고, 재개발 되기 전까지 이곳을 드나들 어린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놀이터를 가꾸겠다는 의식으로 어린이 공원에 대한 행정을 펴야 할 것이다.

정릉 3동의 배밭골 어린이 놀이터 근처 건물에도 재개발에 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순간 여기도 관리를 안하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레 겁을 먹고 보아서 그런지 생각보단 깨끗했다. 축축한 모래에 아이들이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염려하여 펼쳐놓은 신문지가 미끄럼틀 밑에 흩어져 있는 것 빼고 자잘한 쓰레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위생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못한 이유는 모래가 축축이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배밭골 어린이공원 둘러보기...

놀이터 바로 앞에 북악 파출소가 있었는데, 파출소 덕분에 쓰레기가 적은 것일 수도 있다. 보통 주택가 어린이 공원은 밤엔 청소년들과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린이 공원엔 없어야할 담배 갑이나 술병이 나뒹굴게 된다. 그러나 바로 앞이 파출소다 보니 우범지역이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또 공원 주변이 연립주택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마치 연립주택 마당같은 위치 또한 공원의 환경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공원 입구에 유모차를 위한 경사로가 없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놀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는데, 특히 청소는 근처에 사시는 장애인 할아버지께서 해 주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놀이 시설의 안전도는 다른 공원의 조합놀이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어떤 수준이냐 하면, 스쳐지나 듯 보면 문제 없고, 내 아이가 놀 곳이란 생각으로 보면 위험 투성이인 수준. 놀이터를 계획하고 꾸미고 관리하는 사람 모두 내 아이가 놀 곳이란 생각을 한다면 놀이시설에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 그런 변화를 꿈꾸어 본다. 북악 파출소는 222번, 2번 버스 종점에서 내려 좌측 길로 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 삼거리에 있다. 파출소 바로 뒤에 배밭골 어린이 공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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