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 자연 휴양림 예전엔 숲속의 텐트가 나의 꿈이었다. 물이 흐르는 계곡에 텐트를 치고 코펠에 밥 해먹으며 한 2박 3일 쉬었다 오는 것이 여름휴가의 이상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이젠 숲속의 통나무집이 나의 꿈이 되었다. 삼봉 자연휴양림을 한 번 다녀온 이후론 어디든 자연 휴양림이란 이름이 붙으면 귀가 솔깃해지고 마음이 저절로 들뜬다. 여행을 떠날 때 코펠이나 텐트와 같은 장비를 챙기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되고, 비가 와서 텐트가 떠내려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밤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안 해도 되는 것이 휴양림 통나무집의 장점이다. 하룻밤이나마 그림 같은 통나무 집을 내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마음으로 누리는 기쁨이리라.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고 가는 길이므로 방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개인이 운영하는 팬션에 비해 사용료도 저렴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국유림내의 휴양림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편리하고 싸다는 것으로 휴양림이 매력을 발하는 것일까?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번잡한 도시를 많이 떠난 곳에 있다는 것일 게다. 버스도 안 다니고 때론 비포장 길을 한참 달려야 하는 미개발의 신선함이 있어서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삼봉 자연휴양림이 그러하였다. 꼬불꼬불한 포장도로를 지나 차가 울렁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야 했던 것이 '첩첩 산중'이란 느낌을 강화시켰고, 그만큼 일상으로부터 멀리 나와있다는 생각에 더없이 한가로운 여유를 만끽했던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중에도 삼봉약수를 뜨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그 약수의 맛이 느끼하여 생수로는 한 컵도 제대로 마시지를 못했지만, 약수로 닭 백숙을 해먹고, 밥을 지어먹고, 라면도 약수로 끓여서 먹고 하였으니 약수터를 끼고 있는 이점을 백분 활용하였다고 하겠다. 밥을 지으니 밥 색깔이 보라색에 가깝게 변했는데, 잡곡의 색과 철분이 많이 든 약수 성분과 만나 만들어진 색인데, 특별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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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오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 건물이 있고 작은 통나무집도 있었는데 작은 집은 한 채 씩 떨어져 있어서 한층 한가롭고 아늑해 보였다. 휴양림마다 조금씩 다른데, 삼봉 자연휴양림은 숯불구이용 화덕이 준비되어 있었다. 숯 냄새를 살짝 씌워 먹는 삼겹살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먹는데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고기를 굽고 남은 열기로 감자까지 구워먹었으니 그 정취가 얼마나 좋았으랴. 그러나 휴양림의 매력이 어찌 먹고 마시는 것에 있겠는가. 숲길을 걸으며, 숲을 완상하며,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꿈꾸어 보는 것에 참 미덕이 있다. 매일 오전에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걷는 1.2 킬로미터의 숲 체험코스는 삼봉 휴양림이 일반인에게 주는 가장 특별한 체험이다. 다름이 아닌 '숲 해설가' 라는 직업의 존재가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숲에 대한 지식마저도 귀한 지식으로 여겨지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봉선화에 대한 이해다. 우리가 '울밑에선 봉선화야' 라고 노래하며 민족적인 아픔을 담고 있다고 여겨왔던 그 꽃이 외래종이고 토종 봉선화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봉선화는 숲 여기저기에서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앞에서 휴양림 속 통나무집의 장점을 이야기 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야영장에 쳐진 텐트들을 보는 순간, 내년엔 텐트를 치고 한 일주일 푹 쉬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말았다. 계곡에서 첨벙거리다가 몇 발자국 안 떨어진 텐트에 가서 수박 한 쪽 먹고 뒹굴다가 다시 물소리가 부르면 쪼르르 내려가서 발 담그고 노는 신선놀음을 해 보고 싶은 것이다. 야영장의 화장실도 이젠 제법 좋아져서 암모나아 냄새 때문에 눈을 뜰수 없었던 시절의 화장실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그렇더라도 여럿이 쓰다보니 최상의 청결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적인 시설로 바꾸려는 휴양림 측의 노력과 함께 공동의 화장실을 최선을 다해 깨끗하게 사용하려는 사용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공중 화장실 시설을 사용하는 올바를 자세는 열번을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 말이다. 화장실이 깨끗해 진다면 텐트를 치고도 훨씬 우아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게다. 그런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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