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 보았던 곳을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할 때는 그 곳의 서경만큼이나 서정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한 장소를 두고도 어떤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가 하면, 별 감흥이 없어하는 사람과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유명하다는 해수욕장에 대한 인상은 (나의 경험으론) 별 감흥이 없었거나 아니면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는 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사람에 치이는 일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오산 해수욕장은 다시 가고 싶은 곳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해수욕장으로 남는다. 깨끗한 백사장과 시원스런 파도, 그리고 한적함이 마음을 끄는 요인이다.

동해안을 차로 달리다보면 작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있어 눈길을 붙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둥근 가시철조망이 흉물스레 주리를 틀고 앉아서 위압적으로 출입통제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낮 동안은 해수욕을 즐길 수 있게 개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개방의 덕택으로 아담하고 깨끗한 해변을 거닐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고, 우리 땅, 모래밭 어디라도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원하는 마음이 된다. 오산 해수욕장 내의 공공 시설로는 천막으로 만든 여자용 탈의실 겸 샤워장이 있었고 간단한 식사준비를 할 수 있는 수도가 있었다. 그리고 모래밭과 주차장 사이에 화장실이 있었다. 작은 가게가 있고 국수를 파는 포장마차가 모래밭 입구에 있었다.

오산해수욕장 둘러보기...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모래밭에서는 식사를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주차장 주변 그늘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모래밭 입구에 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하루를 보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지, 야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쓰이는 출입로 뒷편으로 작은 배가 떠있는 물길이 있었는데, 항구다운 정취도 느낄 수 있었다.

해수욕장 한쪽으로 보트를 타는 곳이 있었는데, 로켓처럼 생긴 모먕이 재미있다. 단점이 있다면 파도가 세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물에서 놀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무 보트나 커다란 튜브를 타고 파도에 휩싸이는 재미를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물이 깨끗해서 어푸어푸 하며 바닷물 한두 모금 마시게 되는 것이 불쾌하지 않았다. 파도가 세서 자박자박 물가를 거닐기는 힘들었지만, 대신 큰 파도가 한번 씩 모래언덕 위까지 물을 실어다 놓는 바람에 어린아이들은 바닷물 웅덩이에서 한참씩 자박거리며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래밭에 고인 물은 금방 스르륵 밑으로 빠져버리고 단단한 모래밭만 남았는데, 그 물이 차고 빠지고 하는 것이 신기했다. 물이 자박거리던 곳이 곧 촉촉한 모래밭으로 변하고 한참을 기다리면 다시 큰 파도가 물웅덩이를 만들어 주고 하는 모습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오산 해수욕장이 앞으로도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을 지켜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담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곧 오산 해수욕장의 한적하고 깨끗한 멋을 잃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존하는 미덕을 기대한다.

오산해수욕장 게시판